야생화 이야기

으름덩굴 / Five-leaf Akebia

담바우1990 2022. 5. 18. 05:39

으름덩굴  /  Five-leaf Akebia

 

 

동의어 : 목통(木通), 통초(通草), 임하부인(林下婦人)

분류 : 으름덩굴과

학명 : Akebia quinata

 

조선 10대 임금인 연산군은 포악한 군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역대 임금 중 가장 많은 자작시를 남긴 낭만주의자였다. 연산군 6(1500)에 금방 딴 으름을 승정원에 내리며 이르기를 승지들은 함께 맛보고 이것으로 농담시[戲詩]를 지어 바치라고 했다. 아마도 달콤한 으름 맛이 소태맛이었을 것 같다. 무오사화로 수많은 관리들이 목숨을 잃은 지 2년 남짓, 어찌 감히 임금에게 농담으로 시를 지어 올릴 수 있단 말인가. 답시(答詩)를 어떻게 올렸는지는 찾지 못했지만 승지들은 아마 밤새워 고민했을 것 같다.

 

어쨌든 임금이 관리들과 나누어 먹을 만큼 맛있는 과일이 으름이다. 갓 열렸을 때는 초록이지만, 가을로 들어서면서 차츰 갈색으로 변한다. 손가락 길이에 소시지처럼 생긴 열매는 익으면 세로로 활짝 갈라진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운 하얀 육질을 그대로 드러내는데,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굳이 비교하면 바나나 맛에 가깝다. 으름을 두고 사람들은 성적인 상상을 한다. 벌어지지 않은 열매는 발기한 남근을 상징하고, 벌어진 다음에는 여성의 치부를 연상케 한다. ‘임하부인(林下婦人)’이란 으름의 또 다른 이름은 옛사람들의 보는 눈도 지금의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으름덩굴은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면서 자란다. 무엇을 만나든지 감고 본다. 한자 이름은 목통(木通), 혹은 통초(通草)라고 하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 본초도감에는 줄기에 가는 구멍이 있어서 양쪽 끝이 다 통한다. 한쪽 끝을 입에 물고 불었을 때 공기가 저쪽으로 나가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이처럼 덩굴나무의 오래된 줄기는 가운데 있는 골속이 없어져 구멍이 생기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으름덩굴은 다섯 개의 달걀모양 잎이 모여 손바닥을 펼친 것 같은 겹잎을 만든다.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모양새다. 으름덩굴은 암수 한 그루지만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다. 보랏빛 꽃잎은 세 장인데, 수꽃은 가운데에 여섯 개의 수술이 잘라 논 밀감 모양으로, 암꽃은 가운데가 바나나처럼 6~9개의 암술이 방사상으로 붙어 있다. 암꽃 꼭지에는 달콤한 점착성의 액체가 붙어 있어서 꽃가루가 여기에 놓이면 수정이 된다. 그러나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면서도 꿀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어떻게 수정이 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등산로를 걷다보면 으름 중에 열매가 없는 석녀를 의외로 자주 만나게 된다. 아마 수정과정이 복잡한 탓으로 짐작된다.

 

으름덩굴은 약재로도 널리 쓰였다. 동의보감에는 으름 줄기를 통초(通草, 으흐름너출)라 하여 다섯 가지 임질을 낫게 하고 오줌을 잘 나오게 하며 급체로 인사불성된 것을 풀어준다. 몸이 붓는 것을 낫게 하며 몸살을 멎게 하고 구규(九竅)를 잘 통하게 한다. 말소리를 잘 나오게 하고 과로나 과음으로 늘 자려고만 하는 것을 낫게 한다고 했다. 또한 열매는 위열(胃熱)과 음식을 먹고 토하는 것을 낫게 한다. 대소변을 잘 나가게 하며, 속을 시원하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라고 했다. 또 뿌리는 목 아래의 혹을 치료하는 데 쓴다라고 했다. ()이름 ‘Akebia’는 일본 이름인 아케비에서 따왔다. 으름 열매가 벌어진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아케미(開實)로 부르다가 점차 아케비로 변형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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