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닥나무 / Paper Mulberry

담바우1990 2022. 5. 14. 15:54

닥나무  /  Paper Mulberry

 

 

동의어 : 저상(楮桑), 곡실(谷實), 곡조(穀喿)

분류 ; 쐐기풀목 > 뽕나무과 > 닥나무속

학명 : Broussonetia kazinoki Siebold

자생지 : 산기슭 양지, 밭둑

개화기 : 5, 6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고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고 했던가. 비록 가죽은 없지만 껍질을 남기는 나무가 바로 닥나무다. 덕분에 닥나무는 인류에게 오늘날의 풍요로움을 가져다준 원동력인 종이를 탄생시켜 인쇄문화를 이끌어온 영광스런 나무가 되었다. 기껏 4~5미터 남짓한 자그마한 체구에 볼품없는 잎사귀 몇 개를 달고 있는, 나무나라에서는 그저그런 존재이지만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다른 나무가 일궈내지 못한 큰 선물을 인류에게 안겨주었다.

 

원시문명에서 문명사회로 접어들 즈음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기록하여 남겨두고 싶은 강한 욕망을 가졌다. 처음에는 바위를 쪼아 그림으로 표현하다가 문자를 발명하면서부터 나무껍질이나 동물가죽, 비단 같은 곳에 쓰고 그렸다. 그러나 한계가 있기 마련이어서 보다 값싸고 한꺼번에 많은 문자를 쓸 수 있는 매체가 필요했다. 서양에서는 이집트의 나일강변에 야생하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갈대와 비슷한 식물을 저며서 서로 이어 사용했다. 종이라고 하기에는 영 엉성했지만, 오늘날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되었다. 동양에서는 후한(後漢)의 채륜이 서기 105년에 마()부스러기, 헝겊조각, 어망 등을 재료로 하여 종이를 만들게 된다. 최근에는 그 이전인 전한(前漢) 시대에도 종이가 사용되었음이 밝혀져 종이 발명시기를 좀 더 올려 잡고 있다. 어쨌든 종이를 만드는 기술은 서양보다 동양이 한 수 위였다.

 

종이를 필요로 하는 곳이 점점 많아지면서 제조기술의 발전과 함께 원료 확보가 문제였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등나무, 뽕나무, 소나무, 버들의 나무껍질에서부터 갈대, 율무, , 솜에 이르기까지 섬유를 가진 식물이면 거의 종이 원료가 되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식물섬유를 찾아가면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다가 드디어 종이와 찰떡궁합인 닥나무를 찾아냈다. 닥나무의 껍질에는 인피섬유(靭皮纖維)’라고 하는 질기고 튼튼한 실 모양의 세포가 가득 들어 있다. 또한 환경 적응력이 높아 어디에서나 잘 자란다. 매년 새 움에서 나온 가지를 잘라 사용하므로 작은 관목으로 알고 있으나, 그대로 두면 지름이 10~2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한 나무에 달걀모양의 보통 잎과 가장자리가 깊게 팬 잎이 같이 달린다. 암꽃은 마치 짧은 실을 수없이 달고 있는 작은 구슬 같은 모양으로 오뉴월에 핀다. 열매는 초여름에 주홍색으로 익는다.

 

닥나무로 종이를 만드는 방법은 오랜 시간과 손이 많이 간다. 늦가을에 닥나무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통에 넣고 찐 후 껍질을 벗겨낸다.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겉껍질을 제거하면 하얀 안껍질만 남는다. 다시 솥에 넣고 나뭇재를 섞어 삶는다. 그런 다음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절구로 찧거나 떡판에 올려놓고 두들겨서 껍질이 흐물흐물해지게 만든다. 이후 통에 넣고 물을 부어 잘 섞은 다음 닥풀을 첨가하여 발로 김을 뜨듯이 한 장 한 장 떼낸다. 이렇게 닥나무 종이는 제조과정이 복잡하고 기술집약적인 산업이었지만, 품질 좋은 종이를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나무였다. 당연히 공급이 달려 닥나무 확보에 애를 써야 했다. 그래서 백성들에게 재배하기를 권했으며, 조정에서는 재래종 닥나무 재배 독려에 그치지 않고 재료 다변화를 꾀했다.

 

조선 초기에는 품질 좋은 왜닥나무를 수입해 널리 심었다. 가지가 세 개로 갈라지는 삼지닥나무와 싸리 비슷하게 생긴 산닥나무는 일본에서 수입한 왜닥나무다. 삼지닥나무는 꽃도 아름다워 오늘날 남부지방의 절 근처에서 쉽게 만날 수 있고, 산닥나무는 남해 화방사 앞에 천연기념물 152호로 지정된 자람 터가 있다. 우리나라에 종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낙랑시대까지 올려 잡기도 하나 널리 보급된 것은 삼국시대인 6~7세기 정도로 본다. 실제 현물 종이가 발견된 것은 8세기 중엽에 간행된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종이를 만드는 기술은 더욱 발전했고, 종이발명의 원조인 중국에서도 그 품질을 알아주었다. 서양 종이에 자리를 내줄 때까지 닥나무 종이는 우리문화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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