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등나무 / Japanese Wisteria

담바우1990 2022. 4. 30. 06:24

등나무  /  Japanese Wisteria

 

 

분류 : 속씨식물 > 쌍떡잎식물강 > 콩목 > 콩과 > 등속

원산지 : 아시아 (대한민국)

서식지 : 비옥한 계곡이나 산기슭

크기 : 10m

학명 : Wisteria floribunda

꽃말 : 사랑에 취함

 

계절의 여왕 5월에 들어서면 쉼터 여기저기에서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이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감기가 전문인 등나무는 아까시나무 비슷한 짙푸른 잎을 잔뜩 펼쳐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어서 열리는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너무 짙푸른 등나무 잎사귀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콩과 식물이라 거름기 없이도 크게 투정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것도 등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이렇게 등나무는 예쁜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며 쉼터의 단골손님으로 친숙한 나무다.

 

그러나 자람의 방식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등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하여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놓은 이웃나무의 광합성 공간을 혼자 점령해버린다. 칡도 마찬가지로 선의의 경쟁에 길들어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다툼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엉키듯 뒤엉켜 있다고 하여 갈등(葛藤)이라 한다. 또 등나무는 홀로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을 빚는 나무이든 소인배 나무이든 등나무만큼 쓰임새가 많은 나무도 없다. 줄기는 지팡이를 만들었고, 가는 가지는 바구니를 비롯한 우리의 옛 생활도구를 만들었다. 껍질은 매우 질겨 종이의 원료가 되었다. 송나라 사신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 에는 백접선(白摺扇)은 대나무를 엮어서 뼈대를 만들고 등지(藤紙)를 말아서 덮어씌운다라고 나와 있다. 부산 범어사 앞에는 천연기념물 176호로 지정된 등나무 군락이 있는데, 이는 스님들이 종이를 만들기 위해 가꾸고 보호한 흔적으로 짐작하고 있다.

 

등나무의 쓰임에 관한 인상 깊은 이야기가 삼국지에 나온다. 제갈량이 오늘날의 윈난성이나 베트남쯤 되는 남만(南蠻)의 맹획을 일곱 번이나 붙잡았다가 매번 놓아 주는 내용이 있다. 일곱 번째 마지막 싸움에서 제갈량은 맹획의 부탁을 받고 출병한 오과국의 왕 올돌골이 거느린 등갑군(藤甲軍)에게 크게 고전한다. 등갑은 기름을 먹인 등나무로 만든 갑옷을 말하는데, 금속제보다 가볍고 물에 뜨면서도 화살이 뚫지 못할 만큼 단단하다. 등갑의 재료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등나무()가 아니다. 한자가 비슷하여 흔히 혼동하지만 래턴(, rattan)이란 전혀 별개의 나무다. 이 나무는 열대와 아열대에 걸쳐 자라는 덩굴성 식물로서 대나무와 비슷하며, 래턴의 섬유는 식물섬유 중에 가장 길고 질기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널리 사용하던 등가구는 모두 래턴가구.

 

경주시 오류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89호는 팽나무에 등나무가 뒤엉켜 있다. 여기에 얽힌 전설이 애처롭다. 신라 때 이 마을에는 두 자매가 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좋아하던 옆집 청년이 전쟁터에 나갔는데, 어느 날 청년의 전사 소식을 전해 들은 자매는 함께 마을 앞 연못에 몸을 던져버렸다. 그 후 연못가에는 등나무 두 그루가 자라기 시작했다. 얼마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 청년은 훌륭한 화랑이 되어 마을로 돌아왔다. 그러나 두 자매의 사연을 듣고 괴로워하던 그 청년도 결국 연못에 뛰어들어 버렸다. 다음해가 되자 두 그루의 등나무 옆에 한 그루의 팽나무가 갑자기 쑥쑥 자라기 시작했다. 그래서 굵은 팽나무에 등나무 덩굴이 걸쳐 자라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등나무의 사랑이 너무 진한 탓인지, 광합성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팽나무는 예나 지금이나 비실비실한다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철제 지주를 세워 팽나무로부터 강제로 등나무 줄기를 떼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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