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이야기

생강(生薑)나무 / Japanese Spice Bush

담바우1990 2022. 3. 15. 04:15

134. 생강(生薑)나무  /  Japanese Spice Bush

 

동의어 : 산동백나무, 새앙나무, 아위나무, 아귀나무, 동박나무, 아구사리

산호초(山胡椒), 삼찬풍(三鑽風)

분류 : 낙엽 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

학명 : Lindera obtusiloba Blume

분포지역 : 전국 각지

자생지역 : 산기슭 양지, 숲 속의 냇가

생약명 : 황매목(黃梅木)

동속약초 : 둥근잎생강나무·털생강나무

 

온통 잿빛의 삭막한 겨울 숲도 들판에 완연한 봄이 찾아오면 긴 겨우살이를 털고 새봄을 맞을 준비를 한다. 인간 세계에 선각자가 있듯이 나무나라에도 봄이 오고 있음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생강나무라는 초능력 나무가 있다. 예민한 온도감지 센서를 꽃눈에 갖추고 있어서다. 생강나무는 숲속의 다른 나무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날 꿈도 안 꾸는 이른 봄, 가장 먼저 샛노란 꽃을 피워 새봄이 왔음을 알려준다. 숲속에서 자연 상태로 자라는 나무 중에 제일 먼저 꽃망울을 터뜨리는 나무가 바로 생강나무다. 가느다란 잿빛 나뭇가지에 조그마한 꽃들이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 점점이 박혀 있는 화사한 꽃 모양은 봄의 전령이라는 그의 품위 유지에 부족함이 없다.

 

생강나무는 지름이 한 뼘에 이를 정도로 제법 큰 나무로 자라기도 하지만, 우리가 산에서 흔히 만나는 나무는 팔목 굵기에 사람 키를 약간 넘기는 정도의 자그마한 것이 대부분이다. 인가 근처의 야산에서는 2월 말쯤에, 좀 깊은 산에서는 3~4월에 걸쳐 꽃을 피운다. 한번 피기 시작한 꽃은 거의 한 달에 걸쳐 피어 있으므로 나중에는 진달래와 섞여 숲의 봄날을 달구는 데 한몫을 한다. 꽃이 지고 돋아나는 연한 새싹은 또 다른 귀한 쓰임새가 있다. 차나무가 자라지 않는 추운 지방에서는 차 대용으로 사랑을 받았다. ()문화가 사치스런 일반 백성들은 향긋한 생강냄새가 일품인 산나물로서 즐겨왔다. 이후 생강나무는 주위 동료나무들과 어울려 초록은 동색이 된다.

 

까맣게 잊어버린 생강나무는 가을 단풍철이 오면서 다시 한 번 우리의 눈길을 끈다. 봄의 노란 꽃 영광이 아쉬운 듯, 셋으로 갈라진 커다란 잎은 노란 단풍으로 물든다. 생강나무의 한해살이는 노란 꽃으로 생명을 시작하여 노란 단풍으로 마감한다. 가을이 깊어 갈수록 콩알 굵기만 한 새까만 열매가 눈에 띈다. 처음에는 초록빛이었다가 점차 노랑, 분홍을 거쳐 나중에는 검은빛으로 익는다. 이 열매에서 기름을 짠다. 이 기름으로 옛날 멋쟁이 여인들은 머릿결을 다듬었으며, 아울러 밤을 밝히는 등잔불의 기름으로도 사용하였다. 남쪽에서 만나는 진짜 동백기름은 양반네 귀부인들의 전유물이었고, 서민의 아낙들은 주위에서 흔히 자라는 생강나무 기름을 애용했다. 그래서 머릿기름의 대명사인 동백기름을 짤 수 있는 나무라 하여, 강원도 지방에서는 아예 동백나무(동박나무)라고도 한다. 춘천 태생의 개화기 소설가 김유정의 단편 동백꽃은 사실 생강나무 꽃이 맞다.

 

생강나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미료로 쓰는 생강과 관련이 깊다. 나뭇잎을 비비거나 가지를 꺾으면 은은한 생강냄새가 난다. 식물이 향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정유(精油)라고 하여 여러 가지 화합물을 가지고 있는 성분 때문이다. 생강나무는 잎에 정유가 가장 많고 다음이 어린 줄기이며, 꽃에는 정유가 거의 없다. 생강과 생강나무의 정유 성분을 보다 세밀히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둘 다 β-유데스몰(β-eudesmol)과 펠란드렌(phellandrene)이라는 성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어쨌든 이들 때문에 우리는 생강나무에서 생강냄새를 맡을 수 있다. 옛사람들은 음식물을 잠시 저장할 때 개미나 파리가 모여드는 것을 막기 위하여 생강나무의 어린 가지 껍질을 벗겨서 걸어 놓았다고 한다.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었는지 흥미롭다. 그 외에 생강나무는 민간약으로 쓰이기도 한다. 산후조리, 배 아플 때, 가래를 없애는 데에도 가지를 달여 마시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호사설(星胡僿說)1) 만물문편에 보면 속칭 아해화(鵝孩花)라는 것이 있어, 누른 꽃은 거위 새끼의 털처럼 보들보들하고, 향기는 생강냄새와 흡사한데, 봄철이 오면 다른 꽃보다 제일 먼저 핀다. 양나라 원제가 말한 아아화(鵝兒花)와 같은 꽃이다라고 나와 있다. 이는 생강나무와 관련된 유일한 옛 기록이다.

 

산속의 생강나무보다 조금 앞서서, 마을 부근의 빈터나 밭둑에는 얼핏 보아 생강나무 꽃과 너무 닮은 노란 꽃을 피우는 또 다른 봄 나무가 있다. 바로 산수유다. 잎이 피고 나면 두 나무의 차이는 너무도 뚜렷하지만, 꽃만 보아서는 조금 혼란스럽다. 꽃이 피어 있을 때 구별하는 방법은 이렇다. 두 나무 모두 여러 개의 작은 꽃이 모여 핀다. 산수유는 꽃대가 길고 꽃잎과 꽃받침이 합쳐진 화피(花被)가 여섯 장이며, 생강나무는 꽃대가 거의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짧고 꽃잎도 네 장이다.

 

봄에 잎이 나오기 전 노란색의 꽃이 먼저 피는 낙엽성 작은키나무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우리나라 중부와 남부지방에서 흔히 재배하는 외래종인 산수유(Cornus officinalis Siebold & Zucc.)와 혼동할 수 있다. 생강나무와 산수유는 서로 다른 과에 속해 있는 유연관계가 먼 식물이며, 외래식물인 층층나무과의 산수유나무(Cornus officinalis Siebold et Zucc.)와는 달리 산에 저절로 자라는 자생식물이다. 생강나무는 암꽃과 수꽃의 단성화가 서로 다른 개체에 달리는 암수딴몸의 특징을 지니는 반면 산수유는 암술과 수술이 한 꽃에 달리는 양성화를 갖는다. 즉 꽃이 피었을 때 구별하려면, 꽃이 단성화이면 생강나무이고 양성화이면 산수유인 점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녹색의 어린 가지와 잎에서 생강 냄새가 난다. 또 생강나무의 잎은 매우 독특하게 생겨서, 잎을 보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생강나무의 잎은 난형으로 3개의 잎맥이 잎 기부에서 갈라지고 열편이 3개로 얕게 갈리는 반면, 산수유의 잎은 난형이나 잎 기부에서 1개의 맥이 발달하고 여기에서부터 2차 맥이 다시 분지한다. 생강나무의 잎은 어긋나기로 달리나 산수유의 잎은 마주나기로 달리므로 꽃이 없고 잎만 있는 경우에도 두 분류군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씨앗으로부터 기름을 짜 머릿기름으로 쓴다(이영노 1975).

 

잎은 어긋나며 길이 5~15cm, 나비 4~13cm의 달걀꼴 또는 달걀 모양의 원형으로서 위쪽의 가장자리가 대개 3~5갈래로 얕게 갈라지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3개의 세로맥이 있고 뒷면의 맥에 솜털이 나 있다. 잎자루의 길이는 1~2cm이다. 꽃은 3월에 잎이 나오기 전에 노란색으로 피는데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짧은 꽃대에 작은 꽃들이 모여 산형 꽃차례로 달린다. 암수딴그루이다. 수꽃에는 깊게 갈라진 꽃덮이 조각 6개와 9개의 수술이 있다. 암꽃에는 꽃덮이 조각 6개와 1개의 암술, 그리고 헛수술 9개가 있다. 작은 꽃자루는 짧고 털이 있다. 열매는 9월에 지름 7~8mm의 작고 둥근 장과가 달려 검붉게 또는 흑자색으로 익는다.

 

납매(蠟梅새앙나무·생나무·아위나무라고도 한다. 지방에 따라서는 동백나무라고도 부르는데 동백나무가 없던 지역에서 생강나무의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나무껍질은 회색을 띤 갈색이며 매끄럽다. 새로 잘라낸 가지에서 생강 냄새와 같은 향내가 나므로 생강나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생강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 나무껍질과 잎을 말려서 가루를 내어 양념이나 향료로 썼다고 전해진다. 유사종으로 잎이 전연 갈라지지 않는 것을 둥근잎생강나무, 잎이 5개로 갈라지는 것을 고로쇠생강나무, 잎의 뒷면에 긴 털이 있는 것을 털생강나무라 한다.

 

관상용·식용·약용으로 이용된다. 꽃은 향기가 좋아 생화로 쓴다. 열매는 녹색황색홍색흑색 순으로 익어가므로 다양한 색의 열매를 관상할 수 있으며 단풍도 볼 만하여 관상수로 적합하다. 열매는 기름을 내어 머릿기름으로 사용하는데 특히 이 머릿기름을 사용하면 흰 머리가 생기는 것을 막아 준다고 믿어 왔다. 어린싹은 작설차(雀舌茶)라 하여 어린잎이 참새 혓바닥만큼 자랐을 때 따서 말렸다가 차로 마신다. 또 연한 잎을 따서 음지에서 말린 뒤에 찹쌀가루를 묻혀 기름에 튀기면 맛있는 부각이 된다. 어린가지를 말린 것을 황매목(黃梅木)이라 하며 약재로 쓴다. 약으로 쓸 때는 주로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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