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 비극으로 끝난 '최장수 서울시장'… 박원순의 3,180일
2011년 10월 27일, 당시 만 55세의 시민운동가이던 경남 창녕 출신 박원순의 이름 뒤에 '서울특별시장'이라는 직함이 붙었다. 당시 누구도 그가 한반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오래 재임한 서울시장이 되리라 예측하지 못했을 테고, 그의 최장수 서울시장 임기가 극단적 비극으로 끝나리라고 내다본 이는 더더욱 없었을 것이다.
♠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서울시장
박원순 시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를 벌였다가 물러난 뒤 보궐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공직선거에 처음 도전한 정치 초년생이 곧바로 서울시장 자리를 꿰찬 것이지만, 그는 정계에 입문하기 오래 전부터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는 1994년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했으며 1995년부터 2002년까지 이 단체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한국 시민운동을 진화시켰다.
이 시기에 일어난 1995년 사법개혁운동, 1998년 소액주주운동, 2000년 낙천·낙선운동 등 굵직한 시민운동마다 그의 이름이 남아 있다. 그 전에 박원순 시장은 이름을 날리는 인권변호사였다. 학생운동으로 구속돼 서울대에서 제명된 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어 1982년 사법연수원 12기 수료와 함께 검사로 임용됐다가 1년만에 박차고 나와 '인권변호사의 전설'인 고(故) 조영래(1947∼1990) 변호사와 함께 일하면서 부천서 성고문 사건, 미국 문화원 사건, 말지(誌) 보도지침 사건 등의 변론을 담당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서울대 성희롱 사건'의 변호인 중 하나로 활동했다.
♠ 서울시정의 '틀' 바꾸며 3선 성공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시민활동가·인권변호사라는 경력을 바탕으로 서울시정의 틀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세훈 전 시장의 남은 임기 2년 8개월을 넘겨받은 박원순 시장은 '디테일에 능하다'는 평처럼 세세한 부분까지 사안을 꼼꼼하게 챙겼고,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물들을 대거 서울시로 데려와 시정 곳곳에 배치했다. 그는 현직 시장으로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의 도전을 받은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에서는 수성에 성공하며 재선 서울시장이 됐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선에는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곤 했지만, 재선 성공을 계기로 박 시장은 완연한 대권 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특히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전격적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단행하는 등 결단력을 과시하며 쾌도난마의 행보를 보여 한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선호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018년 6월 14일에는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와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를 제치고 3선에 성공해 2022년 6월 30일까지 임기를 보장받았다. 만약 보장된 임기를 모두 채웠더라면 그는 서울시장으로 11년 8개월여간, 일수로는 3천900일간 재직하고 물러날 예정이었다.
♠ "저보다 서울시장 오래 한 사람 없다"…멈춰선 임기
박원순 시장은 "조선 시대 서울시장 격인 한성판윤부터 따져도 저보다 서울시장을 오래 한 사람은 없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박원순 직업이 '서울시장'인 줄 안다" 등 사실에 부합하는 농담을 즐겼다. 3선에 도전해 성공한 것이 대권을 향한 그의 정치적 진로에 득이 됐는지는 확실치 않았다. 서울시장으로 너무 오래 재직하면서 신선함이 떨어져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도 있었고, 대권 주자로서 그의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지지율에 개의치 않는다"며 시장으로서 청년·복지·환경에 관심을 계속 쏟았고, 취약계층 보호에 집중했다. 전임자인 이명박 시장의 청계천, 오세훈 시장의 광화문광장 등과 같은 '한 방'이 없다는 지적에 박 시장은 늘 "그게 정치적으로 맞는지는 몰라도 나는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내 삶을 바꾸는 게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맞서 왔다.
♠ 마지막으로 직접 발표한 정책… '서울판 그린뉴딜'
당시 박원순 시장은 "세계가 혼란스럽고 방황할 때 저희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가면 새로운 산업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보는 대대적 친환경 정책의 밑그림을 내놨다. 하지만 다음날인 7월 9일 오전 박원순 시장은 이미 공지했던 일정까지 모두 취소하고 잠적했으며, 오후에 딸의 실종 신고를 받고 북악산 일대 수색에 나선 경찰에 의해 7월 10일 0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숨진 채 발견됐다. 박원순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임기는 3,180일에서 멈춰섰다.
안희정·오거돈에 박원순까지…“더불어미투당”이냐?
7월 10일 숨진 채 발견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인이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그가 실종되기 전날 전직 여비서에게 성추행 등 혐의로 피소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곤욕을 치르게 됐다. 박원순 시장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앞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들 외에도 소속 국회의원과 총선 영입인재까지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2017년부터 박원순 시장의 비서로 일했던 A(여)씨는 지난 7월 8일 변호사와 함께 서울경찰청을 찾아 박원순 시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A씨는 이날 새벽까지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SBS는 전날 “A씨가 경찰 조사에서 ‘비서 일을 시작한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져왔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또 ‘신체 접촉 외에 박원순 시장이 휴대전화 메신저(텔레그램)를 통해 개인적인 사진을 여러 차례 보내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피해자가 본인 외에 더 많으며, 박원순 시장이 두려워 아무도 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고도 털어놨다고 한다. A씨는 박원순 시장과 나눈 메신저 대화내용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같은 날 MBC 역시 ‘피해자(A씨) 본인이 경찰에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고소장에는 성추행 피해 정황을 상세히 기술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어제(7월 8일) 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게 해당 사안을 긴급 보고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A씨가 피해 건수 등 일부 피해 사실에 대해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같은 보도 내용들에 대해서는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시 역시 박원순 시장을 겨냥한 미투 의혹에 대해 “(박원순 시장의) 피소 사실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실종 13시간여만인 7월 10일 0시1분 서울 북악산 숙정문 인근 성곽 옆 산길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고소 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으로 종결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고 밝혔다. 공소권 없음은 수사와 처벌의 대상이 사라진 만큼, 더 이상의 형사절차 진행이 무의미하다는 취지에서 내려지는 처분이다. 경찰은 조만간 검찰에 이번 사건 경과를 설명한 뒤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려줄 것을 건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씨가 기자회견 등을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폭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사기관의 수사나 재판 등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는 상황이라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현 정부 들어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 성추문에 연루된 건 2018년 3월 안희정 전 지사와 올해 4월 오거돈 전 시장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4월 23일 오거돈 전 시장은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는 오거돈 전 시장의 발표 전까지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부산시가 4월 초부터 피해자와 오거돈 전시장의 사퇴 시점을 조율해왔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었다. 안희정 전 지사는 2018년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 6개월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그는 최근 모친상을 치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민병두 전 의원도 안희정 전 지사와 비슷한 시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당의 만류로 사퇴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같은 시기 정봉주 전 의원도 과거 대학생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며 구설수에 올랐다. 두 사람은 지난 총선에서 결국 공천을 받지 못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했던 원종건씨는 지난 2월 전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결국 당을 떠났다. 이처럼 유독 민주당 인사들의 성추문이 불거지는 경우가 잇따르자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는 “더불어미투당이냐”라거나 “이 정도면 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전수조사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 같은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박근혜, 징역 총 20년… 파기환송 전보다 감경
박근혜(68)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총 20년을 선고받아 파기환송 전보다 형량이 대폭 줄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오석준 이정환 정수진 부장판사)는 7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에 징역 15년과 벌금 180억원, 나머지 혐의에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는 파기환송 전 항소심의 징역 30년과 벌금 200억원, 추징금 27억원과 비교해 크게 감경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기환송 전 항소심에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을, 국정원 특활비 사건으로 징역 5년과 추징금 27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이 두 사건을 각각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법은 이를 합쳐 함께 심리했다.
대법원은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뇌물 혐의와 다른 혐의를 합쳐서 형량을 선고한 것이 공직선거법에 어긋나 위법하다는 이유에서 사건을 파기했다. 공직선거법은 대통령 등 공직자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다른 범죄의 혐의와 분리해서 선고하도록 정한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피선거권 제한과 관련 있기 때문에 형량을 명확히 하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미르·K스포츠재단 등의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행위를 강요죄로 본 원심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출연금을 요구한 행위를 강요죄로 볼 만큼의 협박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별도로 대법원은 국정원 특활비 사건에 대해 2심에서 27억원의 국고손실죄만 인정한 것과 달리 34억5천만원의 국고손실죄와 2억원의 뇌물죄를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2017년 10월 이후 모든 재판을 보이콧하고 있다.
"다주택자 집 팔아라"… 정부, 세금폭탄 압박
정부가 7월 10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은 한마디로 '다주택자는 집을 팔아라'라는 의미다. 정부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소득세를 한꺼번에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투기 목적의 다주택 보유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날 내놓은 부동산 보완대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취득 단계에서부터 다주택자와 법인 대상으로는 주택에 대한 취득세율을 최대 12%까지 끌어올린다.
기존 4주택 이상에만 적용하던 중과세율 4%를 2주택은 8%, 3주택 이상은 12%로 세분화해 올렸다.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최고 6.0%로 높였다. 다주택 보유 법인은 일괄적으로 6.0%다. 기존 종부세 최고세율이 3.2%임을 감안하면 세 부담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3주택 이상과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율 인상폭이 0.6~2.8%포인트에 달한다. 부담스러운 보유세를 부과함으로써 주택을 팔게 하는 압박 수단인 것이다.
예를 들어 다주택자의 경우 주택 시가가 30억이면 종부세가 약 3800만원, 50억원이면 1억원 이상 정도다. 양도소득세는 다주택자와 단기거래(1∼2년)를 동시 겨냥한다.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양도할 경우 적용하는 중과세율을 지금보다 10%포인트 더 높여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의 양도세를 중과한다. 기본세율까지 합치면 양도세율이 각각 62%, 72%에 달하게 된다. 단기차익을 노린 2년 미만 단기보유 주택거래에 대해선 양도소득세율을 작년 12·16 대책 때보다 높여 1년 미만 보유는 40%에서 70%로, 2년 미만은 기본세율(6∼42%)에서 60%까지 부과하도록 했다.
반면 생애최초 주택 마련 기회는 늘려준다. 민영주택에도 처음으로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비중은 7~14%로 정했다. 국민주택의 생애최초 특별공급 물량은 기존 20%에서 25%로 늘린다. 보다 많은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 신청의 기회가 돌아가도록 소득기준은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 120%(맞벌이 130%)에서 130%(맞벌이 140%)로 완화한다. 이로써 서울 신혼부부 약 65~75%가 신청 가능권에 들어온다.
또한 도심 고밀개발,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조정, 기관 이전 용지 활용 등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6·17 대출 규제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경과조치도 신설했다. 6·17 부동산 대책으로 새로 규제 대상이 된 지역에서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잔금 대출을 받을 때 강화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아닌 종전 규제(70%)를 적용해주는 방식이다. 대신 무주택자와 처분 조건부 1주택자가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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