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23 (화) 삼척, 승합차 전복 교통사고… 13명 사상
7월 22일 오전 7시 33분경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도로에서 그레이스 승합차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도로를 벗어나 전복됐다. 이 사고로 운전자 강모 씨(62·여)와 함께 타고 있던 정모 씨(61·여), 태국인 남성(44)과 여성(34)이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또 김모 씨(78·여)와 전모 씨(75·여), 태국인 여성(33) 등 3명이 중상을, 내국인 3명과 태국인 3명 등 6명이 경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밖에 태국인 근로자 3명은 사고 직후 경상을 입은 상태에서 현장을 떠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이들이 신분이 들통 날 것을 우려해 종적을 감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태국인 근로자 9명은 모두 30, 40대의 불법체류자였고, 내국인 7명은 충남 홍성군과 청양군에 거주하는 60, 70대 여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차량은 이날 오전 1시경 홍성을 출발해 경북 봉화군의 고랭지 채소밭에서 일을 하기 위해 가던 중이었다. 이들은 1인당 일당 6만 원을 받고 이날 하루만 일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성적인 농촌 일손 부족 현상을 노인과 외국인 근로자들로 메워야만 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사고 지점은 봉화군 석포면에서 삼척시 가곡면으로 향하는 도로의 급경사 내리막 구간이다. 경찰은 차량이 목적지인 봉화가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게 운전자가 방향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승합차는 도로 왼편 산 옆에 설치된 옹벽을 들이받은 뒤 20m가량을 내려가다가 다시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를 벗어나 전복됐다. 사고 여파로 차량은 뒤집어져 네 바퀴가 하늘을 향했고, 차체 일부는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승합차가 들이받은 철제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로 주저앉았다.
부상자 이모 씨(70·여)는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 흔들리더니 ‘꽝’ 하는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며 “정신을 겨우 차리고 기어서 간신히 차 밖으로 나왔더니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으로 종적을 감춘 외국인 근로자들의 행방을 찾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과 관련해 운전 부주의나 제동장치 이상, 차량 결함 등 여러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차량은 15인승으로 실제 16명이 탑승했지만 도로교통법 제39조에는 승차인원이 정원의 110%까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어 경찰은 정원 초과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는 승차정원을 넘어서 운행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어 운행 경로에 따라서는 도교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한편 이날 사고를 낸 승합차 운전자 강 씨는 10년 전에도 유사한 사고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홍성군과 경찰서에 따르면 강 씨는 2009년 1월 20일 오후 6시 10분경 홍성군 홍성읍 옥암리 축협 앞 편도 2차로 도로에서 승합차를 몰다가 앞서가던 굴착기를 들이받아 5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당시 사고 차량은 이번 삼척 사고 차량과 같은 차종이었다. 경찰은 당시 강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안전의무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홍성군 관계자는 “당시 사상자들은 쪽파 파종 작업을 위해 강 씨가 모집해 간 마을 노인들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 씨가 인력업체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영농철 바쁠 때 인력을 모집해 수송해 주고 작업반장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에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몰라”… 삼척 사고 생존자 증언
“정신을 차리니 풀밭이었다. 주변 여기저기서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렸다. 친한 언니의 신음도 들렸다. 그러나 꼼짝할 수 없었다.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다리 쪽이 참을 수 없을 만큼 아팠다.” 7월 22일 오전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이모(70·여)씨는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승합차 전복사고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쿵 하는 소리를 들었는지, 충격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순식간이었다. 정신을 잃어 차 안에서 어떻게 기어서 나왔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승합차는 이날 오전 1시께 충남 홍성에서 출발했다. 그는 “정확히 몇 명인지 모르지만, 통상 한차 가득(15명 정도) 타는데 이날도 만차였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목적지는 강원도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을 틀고 천천히 운전했고, 혹시 운전자가 졸지 않을까 해서 다들 자지 않고 잡담을 하면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한참을 달려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자 일부에서 “아직 멀었느냐” “밥도 먹지 못했는데 너무 멀리 괜히 왔다” “다시는 오지 말자” 등의 푸념도 나왔다. 운전하던 아주머니가 “이제 다 왔다”고 말하는 순간 차가 휘청거렸고 이어 “브레이크가 이상하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운전석 쪽에서 들렸다.
순간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비명 가득한 아비규환의 사고 현장 한가운데 누워있었다. 그는 “수년간 일을 했지만, 이런 사고는 처음”이라며 “목숨을 구해 정말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7시 33분쯤 강원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일명 석개재 인근 지방도에서 그레이스 승합차가 왼쪽 가드레일을 들이받고서 경사지로 전복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고 차량에는 고랭지 채소 작업에 나선 내국인 7명, 외국인 9명 등 16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목적지 봉화를 지나… 삼척에서 전복사고
7월 22일 내외국인 근로자 13명의 사상자가 난 사고 승합차는 최종 목적지로 알려진 경북 봉화군 석포를 지나 급커브와 내리막 경사가 심한 삼척 '석개재'를 운행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척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승합차는 이날 이른 새벽 충남 홍성을 출발했다. 사고 승합차에는 60∼70대 내국인 노인 7명과 30∼40대 태국 국적인 외국인 9명 등 16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사고로 숨진 운전자 강모(61·여·충남 홍성)씨를 중심으로 한 팀을 이뤄 주로 대전 홍성지역에서 밭일을 했다. 강씨는 최근 홍성에 일거리가 없자 지인을 통해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의 쪽파 파종 작업을 소개받아 지난 19일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삼척을 비롯해 인근 태백, 정선 등은 고랭지 채소 농사를 많이 하는 곳으로, 파종과 수확 시기에는 늘 일손이 부족하다.
그러나 제15호 태풍 '다나스'의 북상 소식에 쪽파 파종 작업을 미뤘다가 이날 일을 하기 위해 새벽부터 330여㎞ 구간을 5시간에 걸쳐 운행했다. 하지만 사고 승합차는 최종 목적지인 경북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를 지나쳤다. 석포리는 910번 지방도를 따라가다 보면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까지 가기 전에 나타나는 마을이다. 운전자 강씨는 사고 직전인 이날 오전 7시께 석포의 쪽파밭 주인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쪽파밭 주인은 약속 시각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자 강씨에 전화를 걸어 "왜 안 오느냐"고 물었고 강씨는 "거의 다 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최종 목적지를 지나치면서 경로를 벗어나 우회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차량에 타고 있던 부상자 이모(70·여)씨는 "장거리 운행을 했는데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아 의아했다"며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상자도 "한참을 달려도 목적지가 나오지 않자 일부에서 '아직 멀었냐', '밥도 먹지 못했는데 너무 멀리 괜히 왔다', '다시는 오지 말자'는 등의 푸념을 하기도 했다"고 사고 전 상황을 전했다.
결국 최종 목적지를 놓친 승합차는 경사가 심하고 급커브가 많은 내리막 구간을 운행하다 전복됐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9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변이 발생했다. 사고 승합차 탑승자 16명 중 태국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는 9명으로 모두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3명은 사고 직후 달아나 종적을 감췄다.
'보이콧 재팬'… 맥주 -40% 유니클로 -26%
일본제품을 사지 말자는 ‘보이콧 재팬’ 움직임이 거세다. 일본 주류와 식음료 등 소비재 부문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다. 여행업계 영향도 수치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외식업계의 경우 경기침체·소비 부진 등이 혼재된 가운데 일본 기피 현상이 감지된다. 일본산 자동차 매출은 아직 수치로 나타나는 영향은 없지만, 장기화할 경우 판매 부진 등이 예상된다. 한편으로는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에 대한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어 농어민 피해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각 부문 영향을 따져봤다.
◇ 일본 주류…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3사와 대형마트의 일본 맥주 매출이 급격히 감소했다. ‘아사히ㆍ기린 맥주 마시지 않기’는 일본 경제 보복 조치 이후 가장 먼저 나타난 불매 운동 양상이다. 국산 맥주를 비롯해 대체재가 많아 실천이 쉬운 만큼 파급력도 크다. 편의점 CU에서 일본 맥주 매출은 이달(1~18일) 들어 지난달 동기보다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GS25는 24% 감소했고 세븐일레븐(1~15일)에서도 18% 줄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도 7월 1~18일 일본 맥주 매출은 지난달 같은 기간보다 30.1% 감소했다. 7월 첫째 주에는 일본 맥주 매출 감소율이 24.2%였지만, 둘째 주에는 33.7%, 셋째 주에는 36%나 떨어졌다. 이런 영향으로 올 상반기 전체 수입 맥주 중 매출 2위를 차지했던 아사히 맥주의 이번 달 순위는 6위, 기린 맥주도 7위에서 10위로 내려앉았다. 일본 전통 술인 사케 판매도 줄었다. 한 사케 수입ㆍ판매사는 “(보이콧 재팬이) 매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업소보다 마트 등 가정용 채널에 대한 수요가 더 줄었다”고 말했다. 한 주류도매상은 “일본 주류를 안 받겠다는 소매점이 늘고 있다”며 “맥주의 경우 30%에서 절반 가까이 주문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 유니클로 등 생활 브랜드… 유니클로 코리아(FRL코리아)는 7월 22일 “매출 감소에 대한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사 집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등으로 최근 유니클로는 26%, 무인양품은 19% 매출이 감소했다. 유니클로의 지난해 한국 매출은 약 1조3000억원이다. 불매 운동이 계속되면 올해 매출 1조원이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 관광ㆍ항공… 일본여행은 하반기 예약 감소 현상이 뚜렷하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지난 8일부터 15일까지 일본여행 신규 예약자는 하루 500명으로 지난해(1100명)보다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8~14일 온라인 쇼핑 채널 G마켓 일본 패키지여행 상품 판매 매출도 지난해 동기보다 12%가 줄었다. 일본 호텔 예약은 11% 떨어졌다. 패키지가 아닌 개별여행객 시장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한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에 따르면 한국인의 해외 호텔 예약 순위에서 오사카는 5위를 차지하면서 지난달보다 2단계 떨어졌다. 도쿄ㆍ후쿠오카도 각각 8ㆍ9위를 차지해 3단계씩 내려갔다.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KATA) 회장은 “5월까지 방일 여행객 규모가 4.7% 줄었고 올해 총 20% 줄어든 650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본격적인 휴가철을 앞두고 터진 일본 불매 운동으로 항공 업계는 울상이다. 특히 일본 노선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저비용항공사(LCC)의 경우 타격이 커 속앓이를 하고 있다.
◇ 일본 자동차… 서울 강남에 있는 일본계 완성차 매장 관계자는 7월 22일 “아직 계약을 취소하거나 판매가 줄어드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매장을 찾는 고객의 수는 일본 무역보복 이전보다 체감상 20~3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일본차 실적은 좋았다. 도요타ㆍ혼다ㆍ닛산 등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한국시장에서 2만3482대를 팔아 전년 동기(2만1285대)보다 10.3% 판매량을 늘렸다. 일본차 수입사 한 관계자는 “신규 계약 건수가 줄진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한일 관계 악화가 장기화하면 영향이 없진 않았다”고 말했다.
◇ 불매 운동 앞으로는… 장기화할 경우 일본에서 한국 제품도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당장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 카드 중 하나로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한국 농수산물 및 식품 1위 수출국인 일본(지난해 기준 약 13억 달러)이 보복 조치를 할 경우에 국내 농어민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일본 불매 운동의 영향은 여전히 논쟁적이다. 동네마트 등에서 일본 물건 팔지 않기 운동을 주도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의 홍춘호 정책이사는 “소비자가 적극적이고 품목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도 많다”며 “일본의 경제 보복조치 철회 시그널이 계속 있을 때까지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불매운동은 공감하지만 소상공인 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생길 우려도 있다”며 “도리어 피해볼 가능성이 있는 데 이것이 일본이 정말 바라는 것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실제 불매운동 대상이 된 뒤 억울함을 표현하거나 ‘한국 측 피해가 크다’는 주장을 펼치는 업체도 나온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정보 제공 사이트인 ‘노노재팬’은 20일 일부 불매 운동 품목을 대상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운영자는 공지를 통해 “감동란과 와코루는 100% 국내 생산 제품으로 확인돼 대상에서 제외했고 SK-II와 세콤 등은 지분 구조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국내 근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내렸다”고 밝혔다. 또 “구몬은 수학 한 과목만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어 제외했다”라고도 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강성진 교수는 “한·일 간 무역에서 소비재 비중은 15% 정도뿐이고 대부분 중간재 부품”이라며 “(불매 운동이) 일본에 별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관광을 가지 않으면 일본 지역에도 영향을 주겠지만 한국 여행사나 항공사도 영향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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