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605 (화) ‘타격 기계’ 들여놨더니… LG가 확 달라졌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요.” 프로야구 LG 류중일(55) 감독에게 김현수(30)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공·수·주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는 뜻일 것이다. 올해 LG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 덕분에 류 감독은 연신 싱글벙글한다. 최근 6연승을 달린 LG(33승27패)는 3위 SK(33승24패)에 1경기 차로 뒤진 4위다. 연승 기간 김현수는 타율 0.462(26타수 12안타)에 2홈런, 1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최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현수에게 ‘김현수 효과’가 뭔지 물었다. 손사래부터 친다. 김현수는 “내가 들어왔다고 해서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험이 쌓인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안정되면서 좋은 결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더그아웃에서 긴장을 풀려고 농담을 많이 하는데, 목소리가 크다 보니 효과가 큰 것 같다”며 웃었다.
김현수는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뛰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돌아왔다. LG는 역대 자유계약선수(FA) 중 두 번째로 많은 115억원(4년)을 안겨줬다.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투자 효과는 기록이 증명한다. 김현수는 올 시즌 LG가 치른 60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다. 타율 0.377(236타수 89안타), 11홈런·52타점이다. 안타와 타점은 KBO리그 1위, 타율은 3위다. 현재 타격감을 유지한다면 안타를 213개까지 칠 수 있다. KBO리그 최다안타 기록은 2014년 서건창의 201개다.
김현수가 가세하면서 LG의 팀 컬러가 바뀌었다. 지난해 LG는 평균자책점 1위(4.30)를 하고도 팀 순위는 6위에 그쳤다. 포스트시즌도 못 나갔다. 허약한 타선 탓이었다. 지난해 LG의 팀 타율은 0.281로 7위, 팀 홈런은 110개로 꼴찌였다. 올해는 다르다. 외국인 타자 아도니스 가르시아(33·쿠바)가 20경기만 뛰고 부상으로 빠졌지만, 타선의 집중력은 더 좋다. 올해 LG의 팀 타율은 0.301로 KIA(0.303)에 이어 2위다. 경기당 팀 홈런도 지난해 0.76개에서 0.97개로 뛰었다. 팀 장타율 0.449는 LG 구단 역사상 가장 높다. 김현수는 올 시즌 5번 타자로 출발했다가 2번을 맡았다. 가르시아 부상 이후엔 4번 타자로서 팀 타선을 이끈다.
김현수는 2015시즌 후 미국에 진출했다. 2016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타율 0.302, 6홈런·22타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시즌 중반 필라델피아 필리스로 트레이드됐다. 그는 LG 입단식에서 “미국에서 루틴의 중요성과 경기에 나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체력이 우선이라는 점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팀에서 가장 일찍 출근한다. 오후 6시30분 시작하는 평일 홈 경기를 준비하기 위해 정오쯤 경기장에 도착한다. 짐을 푼 뒤 정해놓은 계획대로 움직인다. 이틀에 한 번씩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도 한다. 그는 “시즌 도중 슬럼프에 빠지기 마련이다. 하던 걸 꾸준히 해야 슬럼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식 LG 타격코치는 “김현수가 젊은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배워 온 훈련법을 따라 하는 젊은 선수가 많다”고 밝혔다. 채은성(28)과 양석환(27)이 대표적이다. 김현수는 “평소 후배들에게 타격에 대한 조언 대신 체력 관리를 잘하라고 말한다”고 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채은성은 올해 타율 0.330, 9홈런·46타점을 기록 중이다. 양석환도 타율 0.278 10홈런·37타점으로 하위타선에서 힘을 보태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효과도 있다. 김현수는 4월 27일 잠실 삼성전에서 단타 하나가 모자라 사이클링히트를 놓쳤다. 그는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성 타구가 나왔다면 최선을 다해 2루까지 뛰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준혁 MBC스포츠 해설위원은 “요즘 김현수한테서 간절하게 뛰는 모습이 보인다. 투수 땅볼에도 전력 질주하는 게 인상적”이라고 했다. 미국에서 시련을 겪고 돌아와서일까. 더 악착같이 뛴다. 그는 “지는 게 싫다. 요즘 야구가 재밌고, 즐겁다. 저절로 최선을 다하게 된다”며 “후배들도 그런 플레이를 해주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팬들이 김현수에게 붙여준 별명은 ‘타격 기계’. 잘 어울린다. 전문가들은 김현수의 타격 메커니즘이 거의 완벽하다고 평가한다. 두산에서 뛴 10년(2006~15년)간 3할을 못 친 게 세 번(2006·07·12년)뿐이다. 통산 타율은 0.321이다. 통산 2293안타(역대 2위)인 박용택(38)과 시너지 효과도 크다. 박용택과 김현수가 3, 4번을 치면 상대 투수는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고수는 고수끼리 통한다. 김현수는 “(박)용택이 형과 타격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론은 늘 비슷하다”며 “용택이 형은 항상 연구하고, 더 잘하려는 모습이 멋있다. ‘타격의 달인’이 맞는 거 같다. 많이 배우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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