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19 (화) 민주당에 '자제령' 떨어진 그 이름… "오버하면 진다"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엄금.' 1월 17일 더불어민주당 공보단이 정한 방침이다. 이날 민주당은 하루 전 MBC <스트레이트>가 보도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 발언과 관련해 김씨가 마치 박근혜씨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처럼 윤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를 좌지우지했다는 식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다. 김씨의 기자 매수 의혹과 '미투' 발언, 그리고 국민의힘의 관련 반응만 지적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좀더 각을 세워야 한다는 이들도 있긴 했다"면서도 "지금 시기에는 최대한 조심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신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9시 50분 공보단 권혁기 부단장도 기자들에게 "이미 보도가 다 됐고, 그걸 국민들에게 새로 소개하는 논평은 무의미할 것 같다"며 "안하무인격으로 나오는 국민의힘 태도를 강하게 질책하는 논평이 나갈 예정"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와 당 지도부 역시 말을 아끼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1월 17일 청년간호사 간담회 후 '김씨가 윤 후보에게 소개한 무속인이 캠프에 관여하고 있다'는 <세계일보> 기사에 관한 질문에 "샤먼이 (국정을) 결정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나 '샤먼=최순실'이냐는 물음에는 "제가 최순실이라고 말씀을 드리긴 어렵다"며 언급을 피했다. 송영길 대표는 부산선대위 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문제만 집중공략하다가 "주술의 시대, 무속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짧게 거론했다.
또다른 선대위 관계자는 "사실 MBC 보도를 염두에 두고 어떤 기획을 하거나 (대응전략) 논의를 해본 적이 없다"며 "선대위 차원에서 관심 갖고 다룰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사안은 이미 진영 이슈"라며 "어쨌든 진영 안에선 (각자의) 방어논리로 나올 거고, 중요한 것은 중도에서 어떻게 볼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MBC 보도가 "어떤 변수가 될 것이란 생각은 안 했다"며 "방송 때문에 (이재명 후보를) 지지를 안 하던 사람이 지지하진 않을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사안 자체가 가볍다는 평가는 아니다. 민주당 A의원은 "정치권의 눈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며 "MBC가 2탄을 방송할 예정이고, 세계일보 보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의 눈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우리가 대장동 문제로 힘든 것처럼 저쪽(국민의힘)도 떨어내고 싶지만 못 떨어내고 있다"며 "속으로는 미칠 거다. (지지자들에게) 후보나 당이 자랑스러워야 하는데, (김건희씨 관련 논란은) 창피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오버(과잉대응)해선 안 된다.' 민주당의 현재 대응 기조다.
◆ 50일 남은 대선, 중도싸움 본격화… "이젠 선거운동 섬세해야"
1월 18일 기준으로 20대 대통령 선거는 50일 남았다. 여의도에선 설 연휴 후 동계올림픽이 이어지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판세는 '1말2초'에 정해진다는 데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핵심은 이재명과 윤석열, 윤석열과 이재명 두 후보 중 누가 더 많은 중도층의 지지를 얻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데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는 어렵지만 잃기는 쉽다. 게다가 실점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서 오버하는 쪽이 진다. 조급하면 진다. 대선은 누가 실수를 더 하고, 누가 조금이라도 더 국정을 운영하는 데에 안정감을 줄 수 있냐 이런 게임이다." (A의원)
B의원도 "우리는 일단 조용히 있어야 한다. 막 나설 일이 아니다"며 "(김건희씨 논란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말을 아끼고, '그런데 너무 최순실이 겹친다' 정도만 슬쩍슬쩍 얘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정말 딱 붙은 상황"이라며 "선거운동이 참 섬세해져야 한다. 완전히 긴장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다음 정부를 함께 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C의원 역시 "당에서 공식 대응을 잘 안 하지 않나. 조심하면서 대응하는 게 맞다"며 "(김건희씨 관련 보도는) 언론의 영역"이라고 봤다. 다만 "어제 방송으로 김건희씨가 (윤석열 후보 선대위에) 많이 관여하고 있는 게 드러났다. 선대위 구성이나, 김종인 위원장이 오는 것, 홍준표 후보와의 관계 등 정말 깊숙하게 개입했더라"며 "(김씨 회사인) 코바나콘텐츠에 일종의 팀이 따로 있었고, 그게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관계자)'이었던 것 아닌가"라고 평가했다.
어쨌거나 소위 '표정관리'에 힘쓰는 모습이다. 이재명 후보 본인 또한 "(김건희씨 보도에) 관심이 있어서 당연히 봤다"면서도 "그냥 봤을 뿐이고, 저는 그 문제에 대한 관심보다는 우리 국민들의 민생과 경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이 나라 미래를 실제로 책임질 역량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를 국민들이 선택하시리라 본다"며 "(제가 가진) 그 역량과 실적, 미래 비전을 열심히 국민께 설명드리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의문의 1승'… 이보다 더 천박한 대선은 없다
프로야구 경기에서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내줄 경우 우스갯소리로 상대팀은 '승리를 당했다'고 표현한다. 그 상대팀으로서는 '의문의 1승'을 올린 것이다. 이른바 김건희씨 7시간 통화의 일부 내용이 16일 방송됐다. '태산명동서일필'이다. 민주당이 기대한 결정적 한방도 국민의힘이 우려한 치명적 한방도 없었다. 이번 통화내용 공개가 대선 표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폭로의 밑바닥에 깔린 정치적 관음증과 천박한 승리 지상주의는 한국 헌정사에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정책과 비전은 사라지고 대선후보자의 거친 욕설과 배우자의 저질 육성이 대선판을 덮고 있다. 국민의힘은 육성 공개를 막겠다고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방송사를 항의방문해 육탄충돌까지 빚었다. 민주당은 언론장악이라고 응원하며 본방사수까지 외쳤다. 막장도 이런 막장 대선이 없다. 미투를 옹호하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남편의 수사 내용까지 언급하며 보수와 진보를 골고루 희롱하는 김건희씨의 현실인식에 기가 찰 뿐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김건희씨가 '의문의 1승'을 거뒀다는 분위기다.
판을 뒤집을 만한 폭로가 없었고 오히려 항간에 떠도는 '줄리 의혹'이나 동거설 등을 해명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측은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며 큰 피해를 우려했다가 오히려 득이 됐다며 안도하는 표정이다. 김근식 전 선대위 비전전략실장은 17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걸크러시"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경력의 대부분에 허위·위조 의혹을 받는 대선후보의 배우자가 검찰수사는 물론 대선캠프에까지 깊숙이 개입한 근거를 노출한 것은 최순실의 그림자를 드리우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김씨의 육성 공개가 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욕설공개 압박으로 이어지는 진영정치의 악순환이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욕설 공개는 선거법으로 제한돼있지만 그 내용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이 후보의 아픈 가족사에서 비롯된 욕설이 대통령의 자질에까지 연결되는 것은 본인이 정치적으로 감당해야 할 무게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의 욕설이 끝내 방송돼 국민적 감성을 건드려주면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오판이다. 김건희씨의 육성 공개가 여권에 반드시 통쾌한 1승을 가져다주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다큐멘터리와 역사로 남아야 할 대통령 선거를 예능과 막장드라마로 만들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생각해볼 때다. 그 책임의 한 쪽에 언론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깊이 자성할 대목이다. 개인의 사적인 통화를 거리낌없이 유통시키는 언론의 행태에 최소한의 자기검열 장치가 시급하다. 언론이 김건희씨와의 50여 차례 통화를 녹음해 보도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그만큼 중대한 공적 사안이어야 한다. 그런데, 김씨의 통화 내용과 이재명 후보의 욕설이 과거 BBK 사건이나 국정원 댓글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드루킹 사건보다 중대한 공적 사건인지 의문이다.
언론이 국민들에게 김건희 육성 2탄과 이재명 욕설을 강제로 들으라고 지금 위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상황이다. 대선후보와 배우자의 천박한 언어들이 2022년 대선을 지배하고 있다.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은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품격없는 통화의 배설을 통해 '의문의 1승'을 주고받으며 일희일비하고 있다. 승리당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하는 후보자를 보고 싶다. 국민들에게 '의문의 1패'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安이 웃었다' 李 37.9% vs 安 47.7%… 李-尹은 '접전'
3·9 대선에서 양자대결이 펼쳐질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1월 18일 나왔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양자대결에서 팽팽한 접전을 보였다. 뉴스1이 여론조사 전문회사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월 16~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냐'고 묻자 응답자의 43.0%는 이재명 후보, 42.4%는 윤석열 후보를 꼽았다. 두 후보 간 격차는 0.6%포인트(p)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 외 다른 사람'은 2.8%, '없음'은 9.7%, '모름·무응답'은 2.1%다.
이어 '대선이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당 안철수의 양자대결로 치러진다면 어느 후보에게 투표하겠냐'고 묻자 응답자의 37.9%는 이재명 후보, 47.7%는 안철수 후보를 꼽았다. 안철수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9.8%p 앞선 수치다. '그 외 다른 사람'은 2.5%, '없음'은 9.7%, '모름·무응답'은 2.2%다. 지난해 11월 7~8일 실시한 뉴스1-엠브레인퍼블릭 조사와 비교하면 '이재명-윤석열' 양자대결의 경우 38.6%, 39.4%로 0.8%p 초접전이던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재명-안철수' 양자대결의 경우 지난 11월 조사에서 이재명 후보 40.5%, 안철수 후보 32.8%로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두 달 만에 14.9%p 상승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이재명 후보와의 양자대결을 통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경쟁력을 간접 비교할 경우 안철수 후보는 특히 '중도층'과 '남성', '대구경북(TK)·충청·호남'에서 윤 후보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우선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중도층으로부터 56.9%의 지지를 얻어, 31.2%에 그친 이재명 후보를 크게 앞섰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양자대결에서 중도층 표심이 접전(40.3% vs 40.7%)인 것과 비교된다. 안철수 후보는 보수층으로부터 65.6%를 기록해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얻은 것(71.4%)보다는 적은 지지를 받았으나, 진보층에서는 23.6%를 얻어 윤석열 후보(18.6%)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후보 간 성별 지지율 차이도 확연했다.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양자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Δ남성 38.1%-여성 47.8%를, 윤석열 후보는 Δ남성 47.0%-여성 37.9%를 기록했다. 성별로 지지 후보가 확연히 구분된다. 안철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양자구도에서 이재명 후보는 Δ남성 33.8%-여성 42.0%, 안철수 후보는 Δ남성 52.4%-여성 43.0%를 기록했다. 여성의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비슷하나 남성의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크게 앞서는 모습이다.
지역별로는 안철수 후보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비롯해 호남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모든 지역에서 윤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대결에서 얻은 것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안철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와 양자대결시 TK에서 57.8%, 호남에서 2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 대결에서 얻은 지지율(TK 49.7%, 호남 14.7%)보다 8%p 가량 높은 수치다. 안철수 후보는 충청권에서도 51.1%를 얻어, 윤석열 후보가 얻은 43.4%보다 좋은 성적을 냈다. 서울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51.9%, 윤석열 후보가 47.8%(이재명 후보 각 28.6%, 34.7%)를 기록했다.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에서도 안 후보가 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극 투표층을 대상으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를 물은 결과 윤석열 후보 45.1%, 이재명 후보 43.6%를 기록했다. 태도를 유보한 응답은 9.1%다. 안철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양자대결에서는 안철수 후보 48.8%, 이재명 후보 39.0%로 집계됐다. '태도유보'는 9.5%다.
이번 조사는 성·연령·지역별 할당 후 휴대전화 가상번호에서 표본을 추출한 뒤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무선 100%)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응답률은 19.5%다. 2021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발표 주민등록인구통계를 기준으로 성·연령·지역 인구비에 따른 가중치를 부여했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진하 양양군수… "이재명, 양양군민에 백배 사죄하라"
김진하 강원도 양양군수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향해 "한 입 갖고 두 말 하지 말라"고 비난했다. 김진하 군수는 1월 18일 성명을 통해 "이재명 대선 후보가 양양을 방문한 첫 날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가 다음날 겸연쩍은 표정으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을 바꿨다"며 살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어 "하루 사이에 양양군민들은 교묘하게 꾸며 하는 말과 아첨하는 얼굴빛을 이재명 후보에게서 볼 수 있었다"며 "대통령 후보의 이러한 행태는 강원도민과 양양군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합법적으로 승인하고 허가한 설악산오색케이블카를 환경훼손이란 궤변으로 핑계대며 시간을 끌겠다는 심보를 양양군민들이 모를 것 같느냐"며 "법과 규정대로, 빨리 처리하면 된다"고 했다.
김진하 군수는 "선량한 양양군민들에게 대못질한 이재명 대통령후보께 감히 아뢴다"며 "이재명 후보는 강원도민과 양양군민에게 백배 사죄하고 그 직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지난 1월 15~16일에 강원도를 찾아 150만 강원도민의 표심을 공략했다.
광주 아이파크 "철거 후 재시공에 4000억"… 현대산업개발 '휘청'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수습을 위해 '완전 철거 후 재시공'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진단 결과'를 전제로 한 발언이지만 이 방안이 현실화되면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현장에서만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돼 회사(현대산업개발)가 존폐 위기까지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사고수습, 철거, 보상, 재시공 등 3000억~4000억원대 손실 추정
1월 18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화정 아이파크 단지를 전면 철거하고 재건축을 진행하려면 사고 수습, 철거, 보상, 재시공 등을 위한 수천억원대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7개 동, 857가구 규모로 짓는 화정 아이파크 단지 도급액은 2557억원이다. 붕괴 직전 공정률이 약 60%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미 1500억원이 넘는 공사비가 투입된 셈인데 전면 철거 시 고스란히 손실로 잡힌다. 건물 철거 비용도 상당할 전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 현장 철거비는 연면적 3.3㎡ 기준 20만~30만원 선에 형성돼 있다. 화정 아이파크 1.2단지 건물 전체 연면적은 16만2565㎡로 3.3㎡당 30만원 철거비를 적용하면 약 148억원의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하지만 실제 철거비는 이보다 훨씬 많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초고층 신축 아파트 건물 철거 사례가 전무한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물 고층부를 철거하려면 일반 재건축 아파트 철거에 쓰이는 장비 외에도 고가 특수장비가 필요하다"며 "이미 주변에 대형 상가와 주택가가 형성돼 폭파 방식은 불가능하고, 작업도 천천히 진행해야 해서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붕괴사고는 전적으로 건설사에 과실이 있는 만큼 입주 예정자의 금전적 손실도 보상해야 한다. 건물 전체 철거 후 재시공 시 최소 2년 이상 입주가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2가지 방식의 보상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우선 입주 예정일이 3개월 지난 내년 4월 이후 분양 계약을 취소한 수분양자에겐 그동안 납부한 계약금·중도금에 대한 이자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공급가 5억7000만원 전용 84㎡ 수분양자는 이자율 6%를 적용하면 납입액에 추가로 1억1286만원을 받게 된다. 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재시공을 기다린 수분양자에 대해선 화정 아이파크 연체료율(18%)을 고려하면 약 1억4000만원씩 지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 등 결과에 따라 개별 보상액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전체 가구 수를 고려하면 입주자 보상을 위해 1000억원 안팎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실종자 수색 작업에 투입하는 지원 비용, 실종자 유족 보상금 등도 모두 HDC현산이 부담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영업에 직간접 피해를 받은 주변 상인들도 회사 측에 손실보상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화정 아이파크 건물 7개 동 전면 철거 후 재시공과 관련 피해 보상을 위한 비용이 3000억~4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HDC현산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는 4973억원으로 이번 사태 수습을 위한 비용 충당은 가능하겠지만, 신규 투자와 사업 확장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에 따라 전면 철거를 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날 경우 HDC현산의 손실액은 줄어들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선 사고가 난 201동만 철거한 뒤 다시 짓는 게 비용 측면에선 최선책이다. 하지만 다수 입주 예정자들이 추가 안전사고 우려를 제기하며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정 회장도 신뢰 회복을 강조했기 때문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
◆ 업계 파장 주목… "철거 후 재시공 포기해야" 의견도
HDC현산이 이번 사고 여파로 회사 존립이 위태로운 최악의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단순히 이번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만 본다면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하더라도 수습이 되겠지만 기존에 수주한 사업장이 대거 이탈해서 수주 잔고가 급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이럴 경우 회사 신용도 하락까지 이어져 심각한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HDC현산 시공 현장에서 하도급을 맡은 중소 전문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장기적 관점에선 차라리 철거 후 토지를 매각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 이후 기존 사업장 분위기도 바뀌고 계약해지를 고민하고, 컨소시엄은 빼라는 요구도 많아졌다"며 "모든 계약해지를 수용하고 보상한 뒤 철거 후 부지를 팔고 마무리하는 게 가장 현명한 대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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