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 / Bitter Orange
동의어 : 점자(粘刺), 동정(同庭), 상각(商殼)
분류 : 운향목 > 운향과 > 탱자나무속
학명 : Poncirus trifoliata (L.) Raf.
분포지역 : 경기도 이남
약효 부위 : 덜 익은 열매
겨울날의 탱자나무 울타리는 참새들의 천국이다. 매가 하늘에 떠 있어도 참새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가시가 뻗어 있어서 막대기 하나 들어갈 틈이 없어도 참새들은 순식간에 들어가 버릴 수 있어서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서 최 참판 댁의 설명을 보면 “사랑 뒤뜰을 둘러친 것은 야트막한 탱자나무 울타리다. 울타리 건너편은 대숲이었고, 대숲을 등지고 있는 기와집에 안팎일을 다 맡고 있는 김 서방 내외가 살고 있었는데…”라고 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탱자나무는 대부분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탱자나무의 가장 비극적인 쓰임은 위리안치(圍籬安置)다. 이는 옛날 죄인을 귀양 보내 주거지를 제한하는 형벌로서 집 주위에 탱자나무를 빙 둘러 심어 바깥출입을 못하게 한 것을 말한다. 길게는 이렇게 수십 년을 보냈으니 애꿎은 탱자나무만 원망하지 않았나 싶다.
탱자나무는 중국 양쯔강 상류가 원산지라고 알려져 있으며, 키 2~4미터 정도의 자그마한 나무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중부 이남에서 울타리로 널리 심었다. 탱자나무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시나무의 대표 나무다.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날카로운 가시가 가지마다 빈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달려 있다. 약간 모가 난 초록색 줄기는 길고 튼튼하며, 험상궂게 생긴 가시가 쉽게 접근을 거부하는 듯 제법 위엄을 갖추고 있다. 가지의 색깔이 초록이라 갈잎나무임에도 불구하고 잎이 진 겨울에도 얼핏 늘푸른나무처럼 보인다. 그러나 늦봄에 피는 새하얀 꽃은 향기가 그만이고, 가을에 열리는 동그랗고 노란 탱자열매는 험상궂은 외모와는 달리 친근하게 우리 곁에 있다.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의 어린아이들은 먹음직하게 생긴 탱자열매에 군침을 삼켰다. 지독한 신맛에 얼굴을 찡그려 가면서도 한두 개는 먹어치웠다. 잎은 세 개씩 같이 붙어 있는 겹잎이며, 잎자루에는 작은 날개가 붙어 있다.
탱자나무는 흔한 쓰임의 울타리 이외에, 국토방위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던 나라지킴이 나무였다. 옛날에는 성을 쌓고 주위에 ‘해자(垓字)’라 하여 둘러가면서 못을 파고 그도 모자라 성 밑에 탱자나무를 심었다. 특별한 장비를 갖추지 않으면 탱자나무 가시를 뚫고 성벽을 기어오르는 일이 녹녹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성을 탱자성이란 뜻으로 ‘지성(枳城)’이라 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성은 충남 서산의 해미읍성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보면 “성 밖은 탱자나무 숲(枳林)으로 둘러싸여 있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강화도에 있는 천연기념물 78호와 79호로 지정된 탱자나무 역시 외적을 막기 위해 심었다.
중국의 고전인 《안자춘추(晏子春秋)》각주1) 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 재상 안영이 초나라의 왕을 만나러 갔을 때 안영의 기를 꺾기 위해 제나라의 도둑을 잡아놓고는 “당신의 나라 사람들은 도둑질을 하는 버릇이 있는 모양이다” 하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안영은 “귤나무는 회수(淮水)각주2) 남쪽에 심으면 귤이 열리지만, 회수 북쪽에 심으면 탱자가 열린다고 합니다(橘化爲枳). 저 사람도 초나라에 살았기 때문에 도둑이 됐을 것입니다” 하고 응수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은 주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의보감》에 보면 탱자열매는 피부병, 열매껍질은 기침, 뿌리껍질은 치질, 줄기껍질은 종기와 풍증을 치료하는 귀중한 약재로 쓰였다. 나무 자체는 별로 쓰임새가 없을 것 같으나 북채를 만드는 나무로 탱자나무를 최고로 친다. 소리꾼은 탱자나무 북채로 박(拍)과 박 사이를 치고 들어가면서 북통을 ‘따악!’ 하고 칠 때 울려 퍼지는 소리에서 희열을 맛본다고 한다. 제주도 등지에서는 귤나무를 접붙이는 밑나무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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