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419 (월) 월척 명당 욕심내다 미끌… '죽음의 블랙홀' 방파제 낚시
지난해 10월 충남 태안에서는 선장과 승객 22명을 태운 10톤급 낚시어선이 교량 교각을 들이받아 3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경 조사 결과 사고 선박은 최대 18노트(시속 33㎞)로 운항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교량 주변에서는 안전을 위해 10노트 이하로 운항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태안 인근으로 낚시어선이 몰리면서 사고 선박도 고기가 잘 잡히는 명당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높인 것으로 추정됐다. 보다 많은 고기를 잡기 위한 욕심이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셈이다.
국내 낚시인구가 1,000만명 시대를 넘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관련 사고도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는 강화되고 있지만 정작 안전수칙을 준수하려는 낚시인들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4월 18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낚시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면서 관련 사고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6년 169건이었던 낚시어선 사고는 지난해 301건으로 4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낚시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맞물려 낚시어선의 출항 건수도 함께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국내 낚시인구는 2000년 500만명에서 지난해 921만명으로 84%나 급증했다. 비공식적 낚시인구까지 합치면 1,000만명을 넘어섰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로 여가 시간이 늘어난데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레저스포츠에 대한 수요까지 맞물린 결과다.
늘어난 낚시인구만큼이나 올해 들어서도 크고 작은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9일 새벽에는 인천광역시 남항 부두 인근에서 낚시어선이 부선과 충돌해 배에 타고 있는 승객들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다음날인 10일에는 충남 대천항 인근 해상에서 낚시어선이 엔진고장으로 표류하다가 해경에 예인되기도 했다. 방파제를 보호하는 콘크리트 구조물인 ‘테트라포드’ 위에서 낚시를 하다가 추락하는 사고도 속출하고 있다. 주변 수심이 깊은 테트라포드는 다양한 어종을 잡을 수 있어 낚시꾼들에게는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하지만 테트라포드 사이로 추락할 경우 즉시 사망하거나 구조되더라도 과다출혈이나 저체온증으로 심각한 치명상을 입을 수 있어 ‘죽음의 블랙홀’로 불리기도 한다. 해경에 따르면 테트라포드에서 매년 70~90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연간 10명 안팎의 사망·실종자가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테트라포드 등 항만 내 위험구역에 출입할 경우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해경 관계자는 “테트라포드는 표면이 둥글고 미끄러운데다 지지대나 손잡이가 없어 추락하면 스스로 탈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해양 전문가들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실천 의지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해경 관계자는 “본인은 낚시사고에서 예외일 것이라는 안전불감증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며 “해상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선 강력 단속하고, 안전한 낚시문화 정착을 위한 홍보활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해경은 오는 5월 말까지 음주 운항과 테트라포드 내 낚시행위, 구명조끼 미착용 등을 위주로 특별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제 차 손대면 죽을 줄 아세요"… 무개념 벤츠 차주, 손봐줄 법 없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무개념 주차'를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다. 최근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저의 주차장에는 이런 사람이 삽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2칸의 주차공간을 모두 차지하고 있는 한 벤츠 차량의 사진이 올라왔다. 차량의 앞 유리창에는 "제 차에 손대면 죽을 줄 아세요. 손해배상 10배 청구. 전화를 하세요"라는 살벌한 경고 문구도 적혀 있다. 작성자는 "이렇게 주차하고 사라지는데 건들면 인생 망할까봐 무섭다"고 글을 적었다. 차량 한 대로 주차 공간을 여러 칸 차지하는 것은 다른 입주민들의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다. 그러나 현행법상 차주에게 법적 책임을 묻거나 견인 등 강제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
도로교통법 제 34조는 '도로 또는 노상주차장에 주차하려고 하는 차의 운전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차 방법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모든 차의 운전자는 정해진 장소 및 방법에 맞게 주차해야 하며, 정차 또는 주차할 때 다른 교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운전자는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경찰이나 공무원은 해당 차량의 이동을 명령하거나 직접 이동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조항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파트나 백화점 등 건물 지하주차장은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도로'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도로교통법상 '도로'는 도로법·유료도로법·농어촌도로 정비법에 따른 도로와 그밖에 현실적으로 다수의 사람과 차마가 통행할 수 있도록 공개된 장소로서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의미한다. 즉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공성이 있는 장소여야 한다.
반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주로 주민이나 관련 용건이 있는 사람만 이용하며 일반교통경찰이 아닌 경비원 등의 관리를 받는다. 대법원은 "아파트 단지 내 지하주차장은 단지와 주차장의 규모 및 형태, 차단시설 설치 여부, 경비원 등에 의한 출입 통제 여부, 외부인 이용 가능 여부 등에 따라 도로교통법상 도로에 해당하는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도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2017도17762)
'손 대면 죽는다', '손해배상 10배 청구' 등의 경고도 협박으로 보기는 어렵다. 형법 제283조는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때 협박이란 일반적인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 협박죄 유죄 여부는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 전후 상황을 종합해 결정된다. 실제 해를 끼칠 생각이 없었어도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꼈다면 협박죄가 성립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위협을 가하겠다는 말만으로는 협박죄가 인정되기 어렵다. 법원은 종중 내 부동산 매각 문제로 싸우던 중 종원에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린다"고 말한 남성에 대해 '감정적인 욕설 내지 일시적 분노의 표시에 불과하고 협박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2013노48) 해당 차주처럼 불특정 다수를 위협한 경우 협박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더욱 낮다. 원칙적으로 협박죄는 특정 개인에 대해서만 인정된다. 차주가 해당 아파트 입주민들을 특정해 경고문을 남겼더라도 주민들이 실질적인 공포를 느낄 가능성 없이 단순히 경고 차원에서 격한 표현을 사용했다면 협박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고졸 취업자 90%가 중도퇴사"… 최악의 일자리 미스매칭
최근 조선업계 호황으로 일감이 몰린 경기 시화국가산업단지의 기계제조업체 A사는 직업계고 졸업생을 구하지 못해 60대 인력을 재교육해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A사 대표는 “취업하려는 청년을 구하기가 힘들어 고령자 및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는 지난해 상위권 졸업생들이 모두 취업을 포기하고 서울 소재 명문대에 합격해 학부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중소기업 인적 자원의 주요 원천인 직업계고 출신 고졸 인력이 사라지고 있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처우와 사회적 차별 인식 탓에 대학으로 쏠리면서 ‘취업 사다리’가 끊기고 있는 것이다. 4월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전체 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은 2017년 50.6%에서 지난해 27.7%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직업계고 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같은 기간 32.5%에서 42.5%로 올랐다. 인문계 고교보다 내신 평가에서 유리해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이 늘면서다. 고졸 취업을 활성화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와는 반대로 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우수한 고졸 인력이 중소기업에 취업해 생산성을 높이면서 국가 경쟁력이 강화되는 선순환 채용 구조가 붕괴되고 있다”며 “현행 직업계고 교육과 채용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인천의 한 뿌리기업에선 5년가량 근무했던 고졸 출신 직원 두 명이 지난해 퇴사했다. 한 명은 회사에서 야간대 진학까지 장학금을 줘가며 지원했지만 대기업으로 이직했고, 다른 한 명은 “허드렛일도 많고 적성에도 안 맞는다”며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이 회사 대표는 “고졸 채용자의 90%가 중도 퇴사하는 통에 인력 손실이 크다”며 “당분간 경력직만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졸 취업률이 사상 최악인 상황에서 정부의 ‘고졸 취업활성화 대책’이 겉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기업은 좋은 고졸 인재를 찾지 못하고, 고교 졸업 예정자도 괜찮은 중소기업을 찾지 못하는 ‘일자리 수급 미스매칭(불일치)’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 저임금 · 사회적 편견… 대학으로 탈출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 수가 21만8000명 줄어든 지난해 고졸 출신 취업자 수는 18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4년제 대학 졸업자 취업자 수는 9만1000명 늘었다. 이는 중소기업의 인력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부터 2028년까지 고졸 신규인력 수급 전망치(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고졸은 수요 대비 공급이 60만 명가량 부족한 상태다. 직업계고 출신 인력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현상의 밑바닥엔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이 자리잡고 있다.
한 직업계고 출신 중소기업 사원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고졸 출신은 임금에서 대졸 출신과 크게 차별대우를 당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고졸 출신 대부분은 중소기업에 5년 이상 일할 생각으로 입사하는 사례가 드물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 학생들은 중도에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으로 진로를 선회하곤 한다. 처음부터 ‘내신 관리’를 목적으로 인문계 대신 특성화고를 선택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경북의 한 공고 출신 근로자는 “학생의 절반은 취업, 나머지 절반은 대학 진학을 목적으로 다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 현장실습 폐지…“서툰 고졸 뽑기 부담”
직업계고 출신이 경쟁력을 지닐 수 있는 현장실습 제도가 폐지된 것도 일자리 미스매칭의 원인으로 꼽힌다. 제주의 한 음료수 공장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생이 사고로 숨지자 교육부는 2018년 직업계고 현장실습을 전면 금지했다. 현장실습 제도가 도입된 지 55년 만의 조치다. 한 중소기업 사장은 “실습 과정에서 눈여겨본 학생을 뽑아 현장에 투입했는데 그런 채용 기회가 없어져 아쉽다”고 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 사장은 “중대재해법 등 강화된 산업안전 규제로 현장실습을 다시 허용한다고 해도 현장에 서툰 고졸 출신을 뽑기가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생산현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특성화고의 커리큘럼도 중소기업이 고졸 채용을 망설이는 배경이다.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 한 표면처리업체 사장은 “뿌리기업의 핵심 기술인 표면처리 분야 학과가 직업계고 어느 곳에도 없어 인재를 찾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수도권 한 중소제조업체 사장 역시 “기계 자동화 기술을 보유한 인재가 부족해 장학금을 내걸고 전문학과를 개설해달라고 대학에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월 우수 중소기업의 ‘채용 시 우대 조건’을 설문 조사한 결과 ‘특성화고 졸업자’는 6.5%에 불과했고 ‘경력직’은 31.8%를 차지했다.
○ 선심성 정책에 중기 취업 외면
정부의 각종 선심성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특성화고 졸업생은 “실업급여 제도가 잘 갖춰져 있어 청년층이 굳이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하는 데 지장이 없다”며 “6개월 이상 근무하면 정부가 400만원을 주는 ‘취업연계 장려금’ 제도를 악용해 6개월만 일하고 그만두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 회사 측에 ‘권고사직으로 해고된 것으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사례도 많다”고 귀띔했다.
고졸 취업이 줄면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악순환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전 중소기업청장)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임금을 대부분 본국으로 송금하는 데 쓰기 때문에 내수경기 진작 효과가 거의 없다”며 “고졸 인력이 지속적으로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 밀집지역의 교육, 보육, 주거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몰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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