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28 (목) '뻥 뚫린 서해안'… 레저보트로 유유히 밀입국
우리나라 서해 경계망이 뻥 뚫렸다. 중국인 밀입국 용의자들이 레저용 모터보트를 타고 충남 태안 해안가에 도착한 뒤 국내에 잠입할 때까지 군이나 해경 모두 까맣게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경에 따르면 밀입국 용의자 중 한 명인 40대 중국인 남성 A씨가 5월 26일 오후 7시 55분쯤 전남 목포시에서 붙잡혔다. 그는 "5월 20일 오후 일행 5명과 함께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를 출발해 5월 21일 태안 앞바다에 도착했다"고 해경에 진술했다.
A씨 일행은 큰 배를 타고 공해상까지 나와 작은 선박으로 옮겨타는 과정 없이 길이 4m·폭 1.5m 크기의 1.5t급 레저 보트로 곧장 우리나라까지 왔다. 이런 사실은 국내 보트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과도 일치한다. 언론 통화에서 보트 업계 한 관계자는 "선형(배의 모양)이 칭다오를 비롯한 중국 산둥성 쪽에서 많이 목격한 모델"이라며 "태안에서 발견된 보트를 직접 보지 않아서 100%가 아닐 뿐 90% 이상 확신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특히 보트에 달렸던 60마력 선외기 엔진이 중국 해안가의 레저 보트에서 많이 쓰는 것과 동일한 사양이라고 했다. 태안반도와 중국 산둥반도 사이 가까운 직선거리가 320∼350㎞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간에 기름을 넣으면서 넘어오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보트 안에서는 중국어가 쓰여 있는 구명조끼, 옷가지, 빵을 비롯해 여분의 기름통이 발견됐다.
밀입국자들이 탄 민간 레저보트 한 대가 유유히 해안·해상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만큼 군과 해경은 허술한 감시 태세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마음먹고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하는 이들까지 식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해명을 제기하나, 근본적으로는 군과 해경에서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육군은 해안선 경계 임무를, 해군은 해양 경계 임무를 수행한다.
앞서 지난 5월 25일 합참은 이번 상황과 관련한 브리핑에서 "군과 관련된 부분이 있다면 추가적인 확인, 평가, 검증이 필요하다"면서도 해당 해역과 지역에 대한 경계 상황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2t 미만인 데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가 없어서 해경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에도 걸리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2t 이상에 AIS를 설치한 배는 관제 대상에 포함되지만, 이번 밀입국에 쓰인 보트는그 범위 밖에 있기 때문이다.
앞서 15년 전인 2005년 6월에도 보령시 장안해수욕장 백사장에 1.5t급 선박(FRP 재질)이 버려진 것을 주민이 발견했다. 당시 배 안에는 중국상표가 붙은 생수병 30여 개, 휘발유 통 4개, 구명조끼 6벌, 나침반 등이 있었다. 장소만 다를 뿐 이번 상황과 거의 흡사하다. 2009년엔 중국 교포와 탈북자까지 포함된 36명이 배를 타고 산둥성을 출발해 보령시 폐업 조선소를 통해 밀입국했다.
당국은 당시 이런 사실을 일주일 넘게 전혀 모르고 있다가, 국내로 들어온 경위를 설명하는 탈북자의 진술 덕에 뒤늦게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해경은 이후 밀입국을 도운 남성을 붙잡아 구속했으나, 밀입국자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춘 것으로 파악됐다. 태안해경은 검거한 40대 중국인 남성 A씨를 목포에서 태안으로 압송하는 한편 나머지 밀입국 용의자 5명을 추적하고 있다. 단순 밀입국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정확한 밀입국 목적과 국내 공범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탁현민, 승진해서… 다시 청와대로 돌아간다
청와대 탁현민 의전비서관 내정자의 ‘승진 복귀’에 대해 여성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는 27일 ‘대체, 왜, 어째서, 또 탁현민인가’라는 성명을 내고 “탁현민의 청와대 복귀는 ‘n번방 엄벌’ 등 성차별과 성폭력을 끝장내자는 여성들의 외침을 무시한 것”이라고 했다. 탁현민 내정자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기용됐으나 과거 저서 등에서 나타난 왜곡된 성의식으로 비판받았다.
그는 2007년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내 성적판타지는 임신한 선생님’ ‘첫 성 경험, 좋아하는 애가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친구가 “나 오늘 누구랑 했다” 그러면서 자랑을 하면, 다음 날 내가 그 여자애에게 가서 “왜 나랑은 안해주는 거냐?”고 해서 첫 경험을 했다’ ‘그렇게 공유했던 쿨한 여자’ 등의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됐다.
또 ‘남자마음설명서’(2007)에선 ‘등과 가슴에 차이가 없는 여자가 탱크톱을 입는 건 남자 입장에서 테러 당하는 기분’ ‘짧은 옷 안에 뭔가 받쳐 입지 말라’ ‘콘돔 사용은 섹스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등의 표현을 썼다. ‘상상력에 권력을’(2010)에선 서울의 성매매 집결지를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지칭했다. 이에 문 대통령 집권 초기부터 여성계와 야당, 민주당 여성 의원들과 정현백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지만 직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여세연은 “강간문화에 일조한 사람이라도 남성권력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만 하면 얼마든 공적인 영역에서 권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는 여성시민들과의 약속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이라는 국정과제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대체 왜 어째서 또 탁현민인가’라는 질문에 청와대는 그를 내정하지 않는 것으로 답해야 한다”고 했다.
여세연은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에 가담한 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무엇이었나. 술자리 ‘농담’, 단톡방 성희롱,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는 현재에도 공기처럼 존재하며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그 위협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일상을 살아가겠다는 여성들의 절규에 응답하는 것이 강간문화를 거짓말이라며 옹호한 개인을 공직에 두는 것이라면 이는 성폭력·성착취 문제해결의 의지 없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시민이자 시민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 밥 맛있어요"… 초등 1·2학년 첫 등교개학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학생과 교직원을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5월 27일 정오 무렵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이 같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마스크를 착용한 학부모 30여명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교문 밖에서 자녀들의 하교를 기다리고 있었다. 담임선생님의 인솔에 따라 교실을 나서 교문 앞으로 나온 학생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교문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님을 발견하자 쪼르르 달려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올해 처음 학교를 찾은 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첫 등교의 들뜬 마음으로 부모와 함께 귀가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과 만나자마자 올해 첫 학교 생활이 어땠는지부터 물었다.
교문 밖에서 아버지를 만난 한 초등학생 아들은 '오늘 어땠냐'는 아버지의 질문에 "재밌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재밌었어요"라며 어른 입장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소감을 전했다. "오랜만에 학교에서 (밥) 먹으니까 맛있었어"라며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향하는 딸도 있었다. 돌봄교실에 있는 3학년 자녀를 기다리던 박모씨(40·여)는 1·2학년생들의 하교 과정을 지켜보며 "그동안 등교를 못하다가 당연한 일상이 시작되는 거 같아 감회가 새롭다"며 "1학년 자녀를 학교에 보낼 때는 걱정이 많은데, 그 때가 생각났다"고 밝혔다.
이날은 학생들과 담임선생님이 처음 대면하는 날이기도 했지만, 학부모와 담임선생님도 처음 만나는 날이었다. 자녀를 인계받은 학부모들과 학생을 보내는 담임선생님은 교문을 사이에 두고 다소 어색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처음 등교 개학을 맞은 초등학교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등교하는 학생들의 체온을 확인하고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등 방역조치를 했다. 서초구의 이 초등학교는 학생들 사이의 간격을 유지하기 위해 학생들을 조별로 나눠 주 1회만 등교시키기로 결정했다.
학부모 김희정씨(41·여)는 "학교에서 방역조치를 잘 해줬을거라 생각해 믿고 따르려 한다. 감염 우려는 별로 없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등교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여전히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1학년생 조카의 하교를 기다리던 곽소영씨(44·여)는 "아이들이 어리니까 학교에서 안전거리 같은 수칙을 잘 실천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2학년생 딸을 기다리던 강모씨(39·여)도 "아직까지는 확진자 수가 폭발적이지 않은 거 같아서 등교시켰다"면서도 "다음 주에 확진자가 늘어나는 추세면 가정학습을 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200528 (목) 예술관길… 원주시 명륜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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